연구실에 디카가 생겼다. D80에 18-135 (3.5-5.6). 교우회보 있을 때만 해도 쓰레기 취급하던 스펙이지만, 여기서야 이것만으로도 마냥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신세다. 다행히 사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없는데다, 사진기자라는 이 바닥에서는 매우 특이한 경력도 있고 해서 내가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뭐 매일 만지는 장비들이 비싼 것이니 카메라는 좀 싼거 써도 되지 뭘..
업으로 사진하기를 끔찍하게 여겨 돌고 돌아 결국 대학원에 들어온 나지만, 요즈음 다시 사진이 찍고 싶어진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일까나.. 단순한 장비병인지, 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악연인지.
연구실을 나와 용두동 쪽 문으로 방향을 튼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도 불켜진 곳이 꽤 있는, 나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이 사는 제2공학관.
원숭이길 입구로 들어서서 바라본 제2공학관. 사실 프레임 왼쪽 아래 벤치에는 한 커플이 찰싹 붙어 녹고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셔터를 눌러댔다. 뻘쭘하면 지는거다..
복학해서 살았던, 한학기였지만 참 추억이 많은 동광타운 근처 가로등.
삼익아파트 앞 골목의 어느 주택.
나무가 많아 항상 풀내음이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
얕은 오르막이 끝나면, 잔디 정원과 테라스를 가진 운치있는 2층 주택이 하나 나온다. 안에 한번 들어가 2층에서 야경을 보고 싶다만, 잡혀가겠지.. 오르막을 다 올랐다 생각하면 오산. 대광아파트라 쓰인 팻말 오른편으로 죽음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르막 중간의 풀잎을, 내장 플래시를 이용해 후막 셔터로 찍어봤다. 늘어진 노란색 빛은 가로등의 역광. 장비가 달리면 솜씨가 는다..
오르막을 다 오르면 나타나는 내 집, 사방이 막힌 유럽형(?) 구조의 대광아파트. 보다시피 12시 즈음부터 아침까지는 차를 절대 뺄 수 없다.
Sweet Rumors - Love Letter 中